스타트업/기술 블로그

스타트업 개발사 대표가 평가해본 드라마 '스타트업'

2020-11-04 / 조회수 625

스타트업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드라마 '스타트업'을 많이 보고 계실 겁니다. 저도 방영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매주 챙겨보고 있는데요, 에피소드 초반에는 스타트업에 대해 지나치게 미화되었다거나 전개가 급진적이어서 스타트업 업계에 대해 일반인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평이 많았다면, 5화/6화를 거치면서 업계 현실을 반영해서 꽤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창업자들 사이의 지분 갈등이나 VC와 엔젤 투자자의 관점 차이, 대표이사의 책임 등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고민하는 주제들이 꽤 많이 담겨있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서 주관하는 창업 해커톤이나 대표이사의 사업 아이템 피칭 모습 등이 꽤나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고민하는 사업 아이템들이 최근 업계 트렌드인 딥러닝 기술기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술적인 구현 가능성과 참신성, 사업성을 모두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스타트업 업계 16년 차로서 감히 평가해보겠습니다

전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던 16년 전 작은 벤처기업에서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스타트업 업계 16년 차이자 개발자로서 16년 차, 그중 대표이사는 8년 차입니다. 3년은 스타트업 대표이사로, 5년은 스타트업 전문 개발사의 대표이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해당 업계 종사자로서 내 분야를 다루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드라마를 3배~4배 속으로 보고, 스토리보다는 설정과 소재를 중심으로 재미를 찾아냅니다. 가령 스토리가 늘어지는 드라마나 영화라도 빠른 배속으로 보기 때문에 지루함을 덜 느끼고 참신한 설정이나 흥미 있는 분야의 배경과 소재라면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내서 웬만하면 모든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편입니다. 12편의 드라마 완결까지 3~4시간 정도면 되다 보니 흥미가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보는 편입니다.

배수지 같은 대표이사나 남주혁 같은 개발자가 현실에 존재하느냐, 사무실이 저렇게 넓고 예쁠 수 있냐로 논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매력적인 배우와 멋진 촬영 배경이라는 드라마적인 감미료를 제거하더라도, 멋있는 대표님들과 멋있는 개발자분들을 많이 만나보고, 잘 된 인테리어의 사무실들을 많이 방문해본 저로서는 그렇게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의 멋있는 모습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 업계에서 일하는 저나 주변 스타트업 대표님들, 개발자분들도 멋있어진 것 같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샌드박스, 런칭 파티와 해커톤

드라마에 나온 액셀러레이터 회사 '샌드박스'는 실제로 같은 이름의 회사가 존재하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관리/육성하고 광고주와 유튜버를 연결해주는 MCN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실제 회사 '샌드박스'로부터 협찬을 받았나 했는데 완전히 다른 회사로 묘사되는 것을 봐서는 단순히 이름만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다치치 않게 하기 위해 뿌려놓은 모래라는 의미로 사명의 기원을 설명했지만, 개발 업계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샌드박스라는 용어가 '테스트 환경'이라는 의미로 이미 사용되고 있죠. 예를 들면 페이팔 결제를 연동할 때 결제를 테스트하기 위한 테스트 계정을 '샌드박스 계정'이라고 합니다. 좀 더 다양한 기술적인 용어 해설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보세요.

http://www.itworld.co.kr/news/90280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멘토링 하는 액셀러레이터는 해외에는 와이컴비네이터가 대표적이고 국내에는 프라이머, 스파크랩, 롯데 액셀러레이터, 매쉬업 엔젤스, 드림플러스, 신한 퓨처스랩 등이 있습니다. 드라마 속의 런칭 파티나 해커톤 후 피칭하는 모습도 실제보다 조금 화려하게 그려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스타트업 런칭 파티나 공유 오피스 입점 파티 등이 많이 열렸고 저도 많이 참석해서 인썸니아를 영업하기도 했었고, 개발자 해커톤을 후원하거나 심사위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삼산텍의 사업 아이템

삼산텍의 사업 아이템은 은행으로부터 확보한 필적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켜서 기존에 사람의 눈으로 이루어지던 필적 감적의 비용을 낮추고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입니다.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을 법한 필적 데이터들로, 머신러닝이라는 현존하는 기술을 이용해, 감정사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기술적으로 필적 감정을 통한 위조 문제를 해결하면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B2G, B2B로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겠다는 확장성까지 갖춘 멋진 프레젠테이션이었습니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이를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포장하면서도 숫자를 통해 사업성과 확장성까지 어필했다는 점에서 멋진 프리젠테이션이었습니다.

머신러닝으로 필적감정을 시도한 사례가 있는지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은 논문이 나옵니다. 실제로 연구되고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드라마 작가도 업계의 자문을 받을 때 이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276463

인재컴퍼니의 사업 아이템

하나의 폰트 제작에는 수억이 들고 많은 인력이 오랜 기간 소요되는데, 사람의 필적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200~300자만 작성하면 손글씨 폰트를 만들어주는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이 아이템은 실제로 존재하고 서비스 중인데요, 인공지능 전문 회사 보이저엑스가 서비스 중인 온글잎입니다.

https://www.ownglyph.com/

실존하는 서비스를 드라마에서 신규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삼은 것은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온글잎 서비스가 올해 4월에 출시되었고,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업은 그전에 이루어졌을 수도 있겠죠. 동일한 아이템의 서비스가 출시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 있고 확인했더라도 시나리오를 수정하거나 다시 촬영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온글잎 서비스 이전에도 구글의 딥러닝 엔진인 텐서플로우를 바탕으로 적은 글자 수로 손글씨 폰트를 제작하는 연구는 존재해왔던 것 같습니다. 아래 프로젝트를 공개한 제작자가 코드를 깃헙 저장소에 올린 시점이 3년 전이니 드라마는 온글잎 서비스보다는 이 프로젝트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드라마 속의 사업 아이템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로 온글잎을 홍보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https://yjjng11.github.io/Neural-fonts-webapp/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웹 GUI 한글 폰트 제작 도우미

저는 스타트업하는 불효자식입니다

서달미의 아버지는 스타트업을 세워 투자유치를 하러 다니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그래서 서달미의 할머니는 자식도 잃었는데 손녀딸이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하니 말리고 싶습니다. 남도산의 아버지는 자식이 뭘 하는지도 잘 모르죠. 머신러닝을 타잔이 제인에게 꽃을 주기까지의 학습 여정으로 설명하는 낭만도 있고, 대표이사가 해야 하는 선택과 책임을 묘사하는 부분도 성장 드라마로서 재미를 더해줍니다.

해외에는 해커들을 주제로 한 미스터로봇 같은 드라마나 스타트업 업계를 풍자하면서도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은 실리콘벨리 같은 드라마들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개발과 스타트업을 멋지게 다루어주는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와서 매우 반갑습니다.